류 : <출발! 대구대행진> 2부, <최고운전 프로젝트>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지역일간지 영남일보와 함께 합니다. 지난달부터 낮에는 잘 보이지만 밤에는 잘 보이지 않는 ‘스텔스 차선’을 주제로 얘기 나누고 있죠. 대구교통방송 신건 기자,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신건 : 인사
류 : 오늘은 스텔스 차선이 발생하는 이유부터 살펴주신다고요?
신건 : 네, 차선 설치와 관련해서는 크게 설치 시의 어려움과 행정상의 어려움,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먼저 설치상의 어려움으로는 교통 통제와 날씨, 설치 불량 같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교통 통제부터 살펴보면요. 차선을 설치할 때 도료가 충분히 마를 시간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류 : 하긴, 그렇죠. 도로에 페인트만 칠한다고 끝이 아닐 테니까요. 마르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리겠죠?
신건 : 네, 차선은 도로의 고열이나 차량이 차로 변경할 때 발생하는 충격들을 모두 견뎌야 하기 때문에 도료를 불로 녹여서 쓰는데요. 이게 완전히 마를 때까지 시간이 좀 필요하지만 도로를 통제해야 해서 민원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이성배 도로시설팀장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교통 통제입니다. 보수공사 시 도로의 부분 통제는 불가피한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지·정체와 민원이 어려움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류 : 도색작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난감하겠습니다. 민원이 상당히 많은 모양인데요?
신건 : 네, 차선을 설치하는 방식에는 융착식과 상온식이 있는데요. 융착식은 도료를 녹여 쓰는 방식이고, 상온식은 우리가 아는 페인트를 바르는 방식입니다. 융착식은 내구성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도료가 마르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약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그런데 시내 주요 도로를 30분간 통제하기는 어렵다 보니, 마르기 전에 철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 차선을 설치하기에 최적의 날씨가 정해져 있어, 실제로 작업 가능한 날도 많지 않다고 합니다.
류 : 아, 맞네요. 날씨도 고려해야겠군요?
신건 : 네, 차선도색업체 관계자 말에 따르면 도로가 충분히 마른 상태에서 설치해야 오래가지만, 비·눈·안개 등 기상 여건에 따라 같은 원료를 써도 내구성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또 설치가 불량하면 바퀴자국이 남거나 반사재가 제대로 붙지 않아 성능이 떨어집니다. 구의회에서 스텔스 차선 문제를 제기한 이진욱 대구동구의회 의원의 말입니다.
“도료에는 ‘글라스 비드’라 불리는 작은 반사재가 섞여 있어 처음에는 차선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량 마찰과 기후 영향으로 유리알이 닳고 떨어져, 야간이나 우천 시 차선 반사율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신건 : 그리고 융착식이 아닌 상온식을 쓰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상온식은 내구성이 약해 금방 지워진다고 합니다. 교통안전시설 전문업체 최태복 대표이사의 말입니다.
“페인트 같은 경우는 칠을 하고 바로 말라버리면 유리알이 침투가 안 됩니다. 그러면 접착력이 떨어져 붙어 있질 않아요. 페인트하고 융합이 돼야 붙어 있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 휘도가 떨어지죠.”
류 : 이게 생각보다 상당히 과학적이네요?
신건 : 네, 지난달 청취자 문자 중에 ‘도색 현장에서 유리알을 그냥 뿌리는 걸 봤는데 맞느냐’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확인 결과, 맞습니다. 도료와 유리알을 미리 섞으면 유리알에 도료가 묻어 빛 반사가 약해지기 때문에, 차선을 완성한 후 유리알을 위에 뿌리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류 : 청취자 질문까지 챙겨주셨네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앞서 말씀하신 행정상의 어려움에는 어떤 게 있습니까?
신건 : 행정상의 어려움은 예산과 인력 문제입니다. 대구의 차선 길이가 어느 정도인지 아세요?
류 : 수백 킬로미터쯤 되나요?
신건 :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7~8월 폭 20미터 이상 관리도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차선 길이가 약 1만 600km에 달했습니다. 지구 둘레의 4분의 1에 해당하죠.
류 : 와, 엄청나네요. 폭 20미터 이상 도로만 따진 거니까 실제로는 더 길겠군요?
신건 : 네, 이렇게 많다 보니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공단은 차선 상태를 1~5등급으로 분류해 관리하는데, 1등급은 신규 도색, 5등급은 재도색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예산 한계로 5등급 중 급한 곳만 우선 보수하고 있습니다.
류 : 예산이 부족할 수밖에 없겠네요. 도로는 늘어나는데 예산은 줄고 있으니.
신건 : 맞습니다. 대구시 도로 예산은 2023년 15억, 2024년 10억, 올해는 6억으로 매년 줄고 있습니다. 대구시 안병락 도로과장의 말입니다.
“재정상 조금씩 비기 때문에, 향후 예산을 확보해 도색해야 합니다. 지워져 있는 건 빨리 하고, 나머지는 천천히 해야겠죠. 계속 예산이 늘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류 : 차선만 잘 관리돼도 사고를 줄일 수 있을 텐데, 돈이 없어 못한다는 게 안타깝네요. 또 다른 문제점은요?
신건 : 차선 도색 공사 발주 시기가 겹치다 보니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휴가철, 명절, 연말에 집중 발주돼 인력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겁니다. 교통안전시설 전문업체 최태복 대표이사의 말입니다.
“여유 있을 때 하면 좋은데 꼭 동시에 발주해서 인력이 항상 모자랍니다. 몇 달만 일하고 쉬는 구조라 인력 유지가 어렵고, 급하게 모은 인력으로 공사하다 보니 위험성도 있습니다.”
류 : 차선이 잘 안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네요. 개선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신건 기자,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신건 : 인사
류 : <최고운전 프로젝트>, 지금까지 대구교통방송 신건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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